[경제전쟁] 한국 반도체-전자 타도하라! 미․중․일 총공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 삼성전자 제공

강지현 기자= 반도체 세계 1위에 등극한 삼성전자가 연초부터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중국·일본의 협공이 심상치 않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분기별로 10조원 안팎의 이익을 삼성전자에 가져다주고 한국 경제에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사업에 대한 미·중·일의 견제는 노골적이다.

가장 큰 위협은 중국 민관이 손잡고 수년째 부르짖어온 반도체 굴기가 올해 실체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중국의 칭화유니 푸젠진화반도체 등이 이르면 하반기부터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쏟아낼 예정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2025년 자국산 반도체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목표치를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경쟁사에 비해 2년 이상 기술력이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금 같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삼성 고위 임원은 “중국 기업들 뒤에는 중국 정부가 버티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삼성이 제아무리 수익을 많이 내도 중국 정부보다 투자를 많이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중국이 뛰어들면서 과거처럼 대규모 투자로 치킨게임을 벌여 상대를 꺾는 전략이 쉽지 않은 시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비공식적이라고 하더라도 D램 공급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요구할 정도로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민관이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노골적으로 공세를 펴는 현상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이미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이의를 받아들여 삼성전자 반도체에 대해 특허 침해 등을 조사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테세라와 비트마이크로가 특허 침해 문제를 잇달아 제기했고, ITC가 조사하며 견제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정보기술(IT) 주도권을 놓고 ‘협력과 경쟁’을 해왔던 애플 퀄컴 등 미국 기업들이 총수 부재를 틈타 삼성전자를 흔들려는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애플과 퀄컴이 세계 최고 반도체 기술을 가진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겼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물량을 대만 TSMC로 모두 넘길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돌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물량 축소나 위탁 중단을 무기로 가격을 낮추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메모리 편중을 줄이기 위해 비메모리 사업 강화를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점을 견제하기 위해 실제로 거래처를 바꿀 가능성도 적지 않다.

과거에는 적과의 동침과 다름없는 애플 퀄컴 등과의 가격협상 등 미묘한 문제는 총수가 직접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담판을 통해 해결해왔다. 하지만 경영 공백 상태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현재는 이런 창구가 거의 막혔다.

반도체업계 고위 임원은 “삼성전자 반도체가 지난해 그렇게 많은 영업이익을 내게 될지 연초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올해는 작년보다 변수가 많아 연간 경영계획은 무의미하고, 당장 3개월 후를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의 반도체 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에 대한 미·중·일 민관 합동 공세는 때론 거칠기까지 하다.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을 과감하고 재빨리 수습해 지난해 부활에 성공한 스마트폰 사업은 올해 시장점유율 20%를 지키는 것이 버거울 정도로 공세에 직면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점유율이 2%대로 떨어져 사실상 존재감을 잃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외 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압도적인 1위를 지켜오던 인도 시장에서 샤오미와의 점유율 격차가 거의 사라졌다.

샤오미는 2016년 무려 17.3%포인트였던 격차를 불과 1년 만에 따라잡았다. 중국 기업들은 올해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 전방위로 진출할 태세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잠시라도 한눈팔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로 부상한 화웨이가 9일 개막하는 CES에서 북미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기관 SA는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19.2%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2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1년 19.9%로 세계 1위에 오른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10년 이상 경쟁 상대로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던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은 5년 이상 계속된 아베노믹스 엔저와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할 만큼 부활했다. 일본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이 한 몸으로 총력 대응하고 있는 것도 결국 삼성전자에 빼앗긴 반도체 전자산업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자각에서 비롯됐다.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에 대한 미·중·일의 삼각 파고보다 더 두려운 것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이 불러올 패러다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스마트싱스, 루프페이, 하만, 데이코 등 차세대 신성장과 관련한 기업 인수를 활발히 진행했지만 지난해에는 직원 10명 이하의 소규모 벤처만 있었을 뿐 대규모 인수·합병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10년 전 애플의 아이폰 쇼크에 노키아가 1~2년 만에 무너졌지만 삼성전자가 살아남은 것은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빠른 속도로 전략을 변경했기 때문”이라며 “모든 산업이 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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