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불참 속 428조 내년 예산안 본회의 통과, 정국 급랭 우려.. 민주당 ‘선방’ 국민의당 ‘함박’ 한국당 ‘빈손’

최석진 기자= 2018년 예산안 정국에서 여야 4당의 희비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소야대에서도 공무원 증원,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소득세율·법인세율 인상 등 문재인 정부 국정기조와 닿아 있는 핵심 정책 뼈대를 지켜내는 등 대체로 선방했다.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터 입지를 한껏 활용해 여당 양보를 끌어내고, 지역개발 예산, 여당과의 선거법 개정 합의 등을 받아내는 등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부·여당과 무조건적으로 부딪히다 협상 조연으로 밀려났고,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바른정당은 아무런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했다. 특히 한국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본회의를 통과해 한동안 정국이 급랭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민주당·국민의당 ‘맑음’

민주당은 예산안 주요 쟁점에서 당론을 대체로 관철했다. 아동수당에서 보편적 복지 정책이 후퇴한 것을 제외하면,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양보한 것은 정책 규모와 범위를 축소하거나 제한 조건을 달아놓은 것 정도다.

최대 쟁점인 공무원 증원과 관련해 여야는 9475명을 증원키로 합의했다. 정부안(1만2000명)의 79%, 민주당 협상안(1만500명)의 90%를 관철한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라는 ‘문재인표 정책’의 큰 줄기를 유지한 셈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 부담 증가분을 국고에서 보전하는 일자리안정자금도 정부안인 3조원을 고스란히 관철했다. 증세 대상 거대기업 범위를 축소하기는 했지만 소득세율·법인세율 인상을 관철해 증세 물꼬를 텄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주요 정책의 뼈대는 다 지켰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가장 ‘남는 장사’를 했다. 공무원 증원 등 주요 쟁점에서 타협안을 주도하며 ‘캐스팅보터의 힘’을 과시했다.

당 숙원사업인 선거법 개정에 대해 여당 합의를 받아냈고,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 노선의 무안공항역 경유를 관철하는 등 실리도 챙겼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첫해 예산인 만큼 쟁점이 많고 입장차가 컸지만 국민의당이 합리적 타결의 실마리를 제시했다”고 자평했다.

■ 한국당·바른정당 ‘흐림’

한국당은 116석 제1야당 위상에 맞는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당초 한국당은 국민의당과 손잡고 여당을 압박하려 했다.

하지만 막판에 국민의당이 여당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도리어 한국당만 고립되는 신세가 됐다.

전날 정우택 원내대표가 방송 카메라 앞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 간 잠정 합의문을 공동 발표하면서도 공무원 증원, 법인세율 인상 등 쟁점에선 ‘유보’ 의견을 제시한 것이 한국당의 옹색한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원내대표가 잠정 합의안을 들고 나타나자 당내에서 반발이 터져나오는 등 분란의 불씨만 던진 꼴이 됐다.

소속 의원 9명의 탈당으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바른정당은 예산안 협상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등 소수정당의 설움을 톡톡히 맛봤다. 예산안 공조를 시작으로 국민의당과 연대 수위를 높이려 했지만 그마저 덜컹댔다.

유승민 대표는 이날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잘못된 합의에 이르게 됐다”면서 “특히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으면서도 잘못된 합의안에 서명한 것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