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강남 집값 잡아라’ 딜레마에 빠진 정부… 기존 규제 무용지물

박종하 기자 = 새해들어 강남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하지만 최근 집값 상승을 높고 정부 내부에서 미묘한 온도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미 여러 대책을 내놓은 만큼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과 조기 진화를 위해 ‘새로운 카드를 계속 꺼내야 한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서 “서울 특정지역의 최근 주택가격 급등은 상당부분 투기적 수요에 기인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서울 강남 등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지역의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국세청 주도로 강도 높은 자금 출처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특별사업경찰 투입을 통한 주택시장 질서 교란행위 단속 확대하고 올해부터 적용되는 신 총부채상환비율(DTI),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도 철저히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연초부터 부동산 규제의 고삐를 바짝 틀어쥔 것은 연초부터 급등세를 보인 강남집값의 영향이 크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8일 기준) 서울 집값은 0.29% 상승해 전주(0.26%)보다 4주 연속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잠실주공 5단지 가격 등의 상승으로 강남4구 중 하나인 송파구는 전주 대비 1.1% 오르며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8.2대책 이후 비교적 잠잠했던 ‘강남집값’이 급등하면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모양새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서라면 사용 가능한 정책을 다 쓴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에 대해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보유세를 부동산 시장의 가격 안정화의 대책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며 “자금출처 조사나 여러가지 상황을 보고 대책을 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굉장히 영리해서 다주택자의 보유세가 인상돼 집을 처분하게 될 경우 아마도 강남 외 지역에서 먼저 집을 팔고 강남집값은 오히려 더 오를 수 있다”며 기존 세금규제 외에 추가대책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에선 9일 급히 마련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실상 추가대책의 가능성을 크게 줄여놨다. 박선호 주택토지실장은 이 자리에서 “연초 강남집값 급등은 레버리지 활용한 투기가 몰린 것”이라며 “기존 시책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가 금년에 속속 도래하고 초저금리시대가 마감된데다 서울의 입주물량이 예년보다 30% 늘어나는 만큼 시장의 안정성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특히 “특정 지역 집값의 단계적 움직임을 가지고 정책의 성패나 방향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며 재건축 연한 확대 등의 추가규제 대신 기존대책의 적극활용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따라 일단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발표된 부동산 대책엔 신규 규제는 제외된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선 강남4구의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서울집값 상승폭이 장기간 확대되고 이 같은 추세가 수도권 외곽까지 확산될 경우 추가규제를 둘러싼 부처간 입장차가 확대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초 가계부채와 과세·금융규제책을 중심으로 집값의 조기진화를 원하는 기재부와 부동산 시장 연착륙과 정책여력 확보가 필요한 국토부의 목표는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집값에 단기반응한 대응책은 결국 장기적으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집값과열의 경우 정량적 판단에 따라 장기적인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