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새로운 국면 맞는 ‘박근혜 전대통령 세월호 7시간’

적폐청산과 개혁을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박근혜 정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일 상황일지 및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임의 변경 정황을 공개하며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의 표본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세월호 당일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 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공개한 의혹의 핵심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언제 처음으로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느냐는 점이다.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것은 당일 오전 8시 58분경. 박근혜 정부는 “박 전 대통령이 당일 오전 10시경 위기관리센터로부터 서면보고를 받고, 10시 15분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고 밝혀 왔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서도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번에 발견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4월) 당시 위기관리센터는 세월호 사고 관련 최초 상황 보고서를 오전 9시 30분에 보고한 것으로 되어 있다”며 “그러나 2014년 10월 23일 작성된 수정 보고서에는 최초 상황 보고 시점이 오전 10시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수정 이유에 대해 임 비서실장은 “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보고 후 대통령의 첫 지시까지 45분이나 지났다는 주장이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당시 불명확한 행적을 뜻하는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은 ‘세월호 7시간 반’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2014년 7월 7일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께 10시에 안보실에서 문서 보고를 올렸다”고 발언한 점을 변경 이유로 보고 있다. 그해 국정감사(10월 28일)를 앞두고 이른바 ‘끼워 맞추기’식으로 수정이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청와대는 또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변경한 사실도 공개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 위기상황의 종합 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는 기본지침 제18조가 법제처 심사 등을 생략한 채 2014년 7월 31일 “국가안보실장은 안보 분야, 안전행정부 장관은 재난 분야의 위기를 종합 관리한다”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 수정 내용이 위기관리지침 책자에 빨간색 펜으로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당시 박근혜 정부가 불법을 감수하면서까지 기본지침을 변경한 이유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발언을 꼽고 있다. 사고 당시 국가안보실장이던 김장수 전 실장은 세월호 사고 직후인 2014년 4월 23일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로 사퇴했다. 김 전 비서실장도 2014년 7월 국회에서 “(재난의) 최종적인 지휘본부는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이 본부장이 되는 중앙재난대책본부장”이라고 말했다. 이후 세월호 사고에 대한 청와대의 직접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후임인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 시절 지침이 개정됐다는 게 청와대의 추측이다. 청와대는 기본지침이 대통령 훈령이라는 점에서 아예 ‘대통령 훈령 불법조작 사건’으로 명명하고 당시 인사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이 변경된 책자를 발견한 것은 지난달 27일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사항인 기본지침을 손보는 과정에서 책자를 발견했고, 왜 지침을 변경했는지 추적하는 과정에서 11일 세월호 당일 보고 시점이 사후에 변경된 것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임 비서실장은 12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 알리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모든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도록 (관련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16일 밤 12시 구속 만기를 앞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 여부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 청와대가 이 내용을 공개한 것은 연장 결정과 재판 등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은 “잘잘못은 가려져야 한다”면서도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 시작일에 발표한 점을 문제 삼았다. 김성태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전임 정권을 꼬투리 잡을 단서 찾기에만 혈안이 된 것 같다”고 비난했다.

청와대의 이전 정부 문건 공개에 대한 우려는 정부 내에서도 나왔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가) 최선이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다. 현재 권력을 잡은 쪽에서 문건을 발표하니 진실 발견(규명)보다는 정쟁으로 발전되는 것 아닌가 한다”며 “논란을 막으려면 다음에 발견되는 문건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고, 기록원으로 이관해서 판단을 받아보는 쪽으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