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북핵 위기 속 이달 중순 예고된 한-중 정상회담 성공의 관건은… ‘3불1한’ 핵폭탄 뇌관으로 등장

강지현 기자= 북한이 미국 워싱턴까지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가운데 이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릴 한중 정상회담은 한반도 정세를 판가름할 중차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측은 “3불 이외 사드운용에 제한두는 ‘1한(限)’은 한국이 취해야할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최신호에서 “한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3불(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외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신문은 사평을 통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3불(不)’은 중국인과 세계의 보편적인 인식으로 보면 ‘약속’이라며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익을 얻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이런 말을 하고 목표에 이른뒤 이를 폐기하려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특히 “한국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가거나 한국 상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인들이 한류스타를 좋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양국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지만 ‘풍파’를 면하기 어렵다”면서 “한중 양국기업들이 서둘러 협력에 속도를 냈다가 손실을 볼지 모른다”고도 했다.

신문은 또 “‘3불’과 함께 사드 운용에 제한을 두는 ‘1한(限)’은 중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이 취해야하는 마지노선”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사드에 대한 한국의 모호한 태도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전문가 관측도 실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사드에 대한 한국의 모호한 태도가 중국을 다시 실망시켰다면서 한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한국이 이른바 ‘3불’에 대해 “양국간 공식 합의라기 보다는 입장표명일 뿐”이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뤼 연구원은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은 결코 바뀌지 않고, 공허한 약속에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양국간 우호관계 회복은 시간이 걸릴 것이며 훨씬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전날 베이징과 산둥(山東) 일반 여행사에 한해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이런 제한적 조치는 한국에 ‘3불’ 이행을 촉구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달 31일 한·중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한 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드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 11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더니, 사흘 뒤 리커창 총리는 사드의 ‘단계적 처리’를 언급했다. 그리고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왕이 외교부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사드의 적절한 처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우리와 중국이 ‘사드 갈등 봉합’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드 3不 원칙 이행 촉구하는 중국

지난 22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을 가졌다. 만찬 시간까지 포함해 장장 5시간 동안의 회담에서 양국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과 관련해 내달 중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추진 합의, 한중 관계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 노력, 중국 진출 우리 기업의 어려움 조기 해소 기대,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 입장 재확인 등의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사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측은 회담 결과문에서 사드를 언급하며 우리 측의 이행합의를 요구하고 나서 사드 갈등이 재점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중국 측은 “중국은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고 임시적으로 배치된 사드가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밝힌 것을 포함한 한국 측 입장을 중시한다”며 “한국이 지속적으로 사드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희망한다”는 왕 부장의 모두 발언을 게재했다.

회담 이후의 발표문에서도 왕 부장이 사드와 관련한 언급을 했다는 내용을 포함해 이른 바 3불 원칙, 즉 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 원칙을 중국 측이 중시하고 있다며 우리 측의 사드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었다.

▶중국, 안보 주권 간섭 본격화 하나?

중국은 정부 관계자 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사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3일 아주대 중국 정책연구소가 개최한 ‘한중 정책학술회의’에 참석한 선딩리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국의 주권은 절대 무한하지 않다”며 “한국은 중국의 우려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왕둥 베이징대 중미인문교류연구소 부주임도 “사드 (미국의) 강력한 중국 견제 장치이며 한국은 미국에 복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를 두고 외교 소식통은 “한중 간 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이 사드의 ‘제한적 운용’을 요구한 적은 없다”면서 “중국 언론과 학자들의 주장을 정부와 완전 별개로 보기 어렵다.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 정부가 중국과 3불 원칙을 합의할 당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3불 원칙은 한국의 안보 주권을 훼손시키는 일이며, 한국은 중국에 추가 압박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진단한 것이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3일 ‘VOA(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3불 원칙을 안보 주권의 문제로 지적하며 “한국은 스스로를 방어하는 방안을 어떤 강대국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중국이 이런 조건(3불 원칙)을 얹어놓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잭 키언 전 미국 육군 참모차장도 VOA를 통해, 사드 배치를 자국민 보호 의무가 있는 한국 정부의 주권 문제로 규정하면서 “사드 배치는 미국의 강요가 아니라 한국의 의사에 따라 이뤄졌으며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미국은 이 무기체계를 다시 미국으로 옮겨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 에반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는 “이번 합의(3불 원칙)에 조약과 같은 구속력은 없다”면서도, “한국에겐 일종의 심리적 압박이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는 중국이 타이완 문제 등 다른 사안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에 왕이 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후에 언급한 ‘3불 원칙 이행 촉구’에 대해서도 미국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나섰다. 글레이저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중국 선임연구원은 지난 22일 본인 트위터에 “중국은 한국 정부가 북핵 위협에서 한국민을 방어할 수 있개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며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다는 주장은 이념에 따른 것이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는 중국 측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사드보복 해빙 분위기와 모순돼 보이는 사드 배치 재논란 사태는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태도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우리의 안보 주권도 서슴없이 흔드는 무례함을 범하고 있다.

베이징 정상회담을 앞두고 절묘한 실리외교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