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김정은 ‘남한에 손짓, 미국엔 핵단추 ‘위협’ … 볼턴 전UN대사 “트럼프, 결정할 시간 거의 없다”

최석진 기자 =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1일(현지시간) ‘핵 단추가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프로파간다(선전)’라고 일축했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 전 대사는 이날 미 폭스뉴스에 출연해 “신년사는 새해 정기 연설로 김정은의 프로파간다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선제 군사력이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제시되지 않는 미국 내 대화를 김정은이 봤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만약 그들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선제 군사력은) 우리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옵션”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1일 오전 조선중앙TV로 30분간 방영된 신년사에서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면서 “미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대사는 그러나 “북한이 지난해 놀라운 진전을 이룬 것 같다. 거의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통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책상 위에 핵 단추가 있다면 우리에게 복사본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북한이 완벽한 목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간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아마도 내년쯤 북한이 미국 내 목표물을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미래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결정할 시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유엔주재 대사를 지낸 볼턴은 미 보수 진영 내에서도 가장 강경한 대북 기조를 띠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지난 25년간 미국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으며 유일한 외교적 해법은 중국을 상대로 한반도 통일을 설득하는 것”이라며 “이런 외교적 접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지만, 군사 옵션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핵 협상·대화’ 언급 없어…북미 강대강 평행선 가능성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우리는 민족적 대사들을 성대히 치르고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치기 위해서라도 동결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의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과적 개최를 기대한다면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을 향해서는 지난해 핵무력 완성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책상 위의 핵 단추’라는 표현으로 위협의 강도를 높인 반면, 한국을 향해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하는 대화 제안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김정은의 이와 같은 언급은 무엇보다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을 한국과의 대화를 통해 타개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아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강한 대북 제재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 남북대화를 고리로 점차 북미대화의 문을 열어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있다.

일단 전세계적인 평화와 화합의 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제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를 계기로 하는 북한의 대화 제안에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 등 국제사회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7월 이미 제안했지만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했던 군사당국회담이 성사되는 등 꽉 닫혔던 남북간의 ‘대화의 문’이 모처럼 열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남북관계를 먼저 추진하는 쪽으로 전략을 취하는 것 같다”며 “이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며 한미관계의 손상을 막는 쪽으로 외교력을 옮기는 때가 왔다고 본다.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미국이 (남북대화에) 문제제기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의 전술로 한미공조 균열 우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핵불용’의 입장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힘을 모아온 한미간의 공조 구도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 없으며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기본적으로는 이와 입장을 같이하면서도 북핵 문제의 당사자로서 평화적 문제 해결을 추구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 사이의 대북 대화 추진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김정은의 신년사는 한미간 균열을 노린 측면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이번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을 재차 강조했을 뿐 핵 협상이나 대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던 점도 향후 북한과의 대화가 쉽지 않을 것임을 짐작케하는 요소다.

이는 북핵 문제에 관한 한 올해도 북미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지난해 대화 창구가 막힌 채 한반도 정세의 긴장도가 극도로 높아져 온 상황을 고려하면 일단 남북 간에라도 대화의 계기가 마련된 것 자체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평화를 향한 여정의 ‘운전석’에 앉아 북한과 대화를 본격화할 경우 한미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대북 대화의 세부 조건과 속도 등을 세밀하게 조율해 나가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도구로서 그동안 국제사회와 함께 제재·압박을 추진해온 우리 정부로서는 단계별 대북 ‘대화’의 의미를 정확히 평가하고 이에 따라 제재·압박 기조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근래) 통미봉남을 하다가 이번에는 통남통미하는 전술적 변화를 보여줬다”면서 “먼저 미국과 철저한 조율을 해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한미가) 하나의 목소리가 돼야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현욱 교수도 “(북한 제안을 받아 대화시)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압박이 있지 않을까 싶다. 향후 한미간의 이견을 우리가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숙제”라고 말했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한미간 조율은 항상 해오던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