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쟁] 중국 반도체 공장들, 올해부터 삼성, SK와 전면전… 중국 기업들 7년 내 한국 추월 가능성

최석진 기자= 중국 1위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칭화유니그룹은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중국 최초의 3차원(3D) 낸드플래시 반도체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이공계 분야에서 중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칭화대학이 1988년 설립한 이 회사는 축구장 157개 넓이인 1.1㎢(약 33만평) 부지에 240억달러(약 26조원)를 쏟아부어 올 2분기부터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일본 도시바 등 선발 주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낸드플래시 시장 경쟁에 중국의 참전이 초읽기에 돌입한 것이다.

칭화그룹은 지난해 10월 32단 3차원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2단 낸드 플래시를 선보인 것은 2014년 하반기였다. 처음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업체가 세계 최고와 불과 3년 정도의 기술 격차 밖에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원동력

중국 반도체의 저력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서 나온다. 지난 2015년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로봇·자율주행차 등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대표 기업을 육성하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은 이 플랜에 따라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중국 내 수요의 70%를 자체 조달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와 금융권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의 경우 전 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의 21%를 차지하며 우리나라에 이어 2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2015년만 해도 한국·일본·미국에 이어 세계 4위에 그쳤지만 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양몽송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공동 CEO(최고경영자)로 전격 스카우트했다. 대만 출신인 양 전 부사장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 보유 특허만 450개에 이르는 수퍼급 반도체 전문가다.

2011년 세계 1위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에서 삼성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영입돼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초에는 중국 반도체 업체 화리가 대만 파운드리 업체 UMC의 엔지니어 50명을 한꺼번에 영입했고 지난 5월에는 대만 TSMC의 연구원이 기밀 자료를 빼돌려 중국 업체로 이직하려다 대만 검찰에 붙잡히는 일도 일어났다. 중국이 반도체 기술 인력 확보를 위해 한·미·일 삼국(三國)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텃밭, 메모리 시장도 위협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올해 한국 수출의 16%를 차지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칭화유니그룹의 우한 3D 낸드플래시 공장 외에도 푸젠진화의 진장(晋江) D램 메모리 공장, 루이리IC의 허페이(合肥) D램 공장이 올해부터 시험 생산을 시작한다. 큰 문제가 없을 경우 이르면 올해 말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중국 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는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비롯해 오포·비보·샤오미(스마트폰), 레노버(PC) 등 중국 완제품 기업들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어 중저가의 범용(汎用) 반도체 시장은 쉽게 장악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으로 중국 업체를 지원하는 것처럼 반도체에서도 스마트폰 등 내수용을 중심으로 자국 반도체 의무 사용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규제혁파에 팔 걷고 기업 존중받는 분위기 절실

반도체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대부분 분야에서 한국은 이미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했으며, 한국 주력 산업도 후발국과의 기술 격차가 오는 2025년에는 1~2년 이내로 좁혀질 것이라는 분석 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미래’에 대비하는 근본적인 구조 개혁 없이 반복적인 단기 경기 부양책에 의존해 온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시스템 반도체(수출액 기준 세계 점유율 18.3%)는 물론 2차전지(36.9%), 차세대 디스플레이(27.2%) 등에서 세계 수출 1위(2016년 말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이들 분야에서 각각 5%(7위), 12.6%(3위), 19.5%(2위)로 중국에 밀리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2017년 선정한 혁신기업 50개사 명단에 한국 기업은 없었지만, 중국은 7곳이나 올렸다. 규제 개혁을 미룬 채 이런 추세로 가면 4차산업 혁명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에 ‘패싱(추월)’당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한국의 주력 산업과 후발국의 생산기술 격차를 따져 본 결과, 2025년에는 자동차·조선·방위산업·철강·석유화학·가전·통신기기·디스플레이·반도체 등 한국의 주요 산업 모두가 후발국에 불과 1~2년 차로 쫓길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 ‘투톱’인 반도체와 자동차만 해도 현재 각각 3년, 4년에서 1년 차로 추격당하고, 1년가량 앞선 통신기기와 가전은 각각 0.4년과 0년으로 추월 직전까지 몰릴 것으로 분석됐다.

원천기술도 마찬가지다. 2025년에 가면 조선(3년)을 제외한 자동차(1년)·방위산업(0년)·철강(1년)·석유화학(0년)·가전(1년)·통신기기(1.6년)·디스플레이(1.4년)·반도체(2년) 등은 따라잡히거나 2년 이내의 격차로 쫓길 것으로 우려됐다.

기업은 미래를 사기 위해 연구·개발(R&D)을 하고 투자를 한다. 큰 흐름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이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