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쟁] 구글-애플 신패권 전쟁…”적의 장점 흡수하라”

최석진 기자= 구글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애플이 부러웠다. 애플은 서비스 분야에서 특히 강점을 갖고 있는 구글을 따라잡고 싶었다.

그래서 둘은 서로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같은 영역에서 한바탕 승부를 벌일 태세를 갖췄다.

구글이 21일 HTC 스마트폰 인력을 인수하자 많은 외신들은 ‘애플 따라하기’란 평가를 내놨다. 그 동안 외부에 있던 인력들을 구글 내부로 흡수하면서 애플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단 평가였다.

현재 구글 하드웨어 사업은 모토로라 출신인 릭 오스터로가 이끌고 있다. 2016년 오스터로가 구글에 합류한 이후 픽셀 폰을 내놓으면서 종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스터로는 21일 HTC 스마트폰 사업팀 인수 직후 “우리 팀의 목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아우르는 최상의 구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란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이 글에 대해 미국 IT매체 리코드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입에서 쉽게 나옴직한 말들이다”고 평가했다. 이 평가 속엔 구글이 1억1천만 달러를 들여 HTC 스마트폰 핵심 인력을 인수한 속내를 잘 설명해준다.

이제 구글에게 하드웨어는 더 이상 ‘곁가지’가 아니란 선언. 어쩌면 안드로이드 OS 같은 소프트웨어나 유튜브 같은 서비스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만천하에 선언한 셈이다.

사실 이런 전략은 새로울 것 없다. 애플이 그 동안 꾸준히 추진해 왔고, 또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목표점으로 삼고 있는 지점이다.

구글이 지난 해 모토로라에서 잔뼈가 굵은 오스터로를 하드웨어 총괄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약한 고리였던 하드웨어 쪽을 메워줄 최상의 인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선 애플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애플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이폰이었다. 한 때 전체 매출의 3분의 2 가량을 책임졌다.

그런데 지난 6월 분기엔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띈 건 아이폰 매출 비중이 55%로 줄어들었다는 점. 하지만 그 부분은 계절적 비수기 탓으로 돌릴 수 있다.

더 괄목할 만한 건 서비스 부문 매출 비중이었다. 전체 매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16%로 아이폰에 이어 두 번째였다. 애플 역사상 유례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애플은 아이튠스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쪽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음성인식 비서인 시리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구글의 자랑인 지도 영역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유기적 결합은 애플의 가장 큰 장점. 하지만 애플의 눈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강력한 서비스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애플이 보인 행보엔 그 열망이 그대로 담겨 있다. 애플이 시리 검색에 구글 대신 빙을 사용하는 것이나 구글 맵 대신 애플 맵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서도 이런 열망을 읽을 수 있다.

궁극적으론 서비스 쪽에서도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의미 있는 매출을 꾸준히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리코드의 평가는 흥미롭다.

리코드는 “애플과 구글이 서로를 닮아가려하고 있지만, 그래도 구글이 애플을 따라하려는 열망이 더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바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간의 유기적인 결합이다.

아이폰 이용자 경험을 완벽하게 조절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최고의 경쟁 포인트란 평가다. 하드웨어 파트너가 만든 기기의 USB-C 포트에 자신들의 서비스를 끼워넣어야 하는 구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다.

이번에 HTC 스마트폰 인력을 인수한 것은 그 한계를 메우기 위한 첫 걸음이란 게 리코드의 평가다.

서로 상대방의 장점을 닮아가려는 IT 시장의 두 거두 구글과 애플. 이들이 향후 5년 동안 시장 패권을 잡기 위해 벌일 치열한 두뇌 싸움은 무협지 못지 않은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이 싸움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이제 막 시작된 21세기 IT 시장의 새로운 패권 다툼이 벌써부터 보는 이들을 흥분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