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쟁] 갈수록 심해지는 미국의 자국기업 보호전쟁… ‘협정위반’ WTO 패소에도 반덤핑 관세

최석진 기자= 세계무역기구(WTO)가 협정 위반이라고 판정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미국이 여전히 부과하고 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은 2013년 한국산 세탁기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가 반덤핑 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한 WTO 분쟁해결기구(DSB) 판정을 아직 이행하지 않았다. 미국은 2013년 2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세탁기에 각각 9.29%, 13.2%의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정부는 미국이 반덤핑 협정에서 금지한 제로잉 방식으로 한국기업의 덤핑 마진을 부풀렸다고 보고 2013년 8월 WTO에 제소했다. WTO 분쟁해결기구는 지난해 3월 1차 심리에서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의 상소로 2차 심리를 맡은 WTO 상소기구도 지난해 9월 미국의 관세 부과를 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해 한국이 승소했다.

WTO 분쟁 당사국은 WTO 판정을 합리적인 기간 안에 이행해야 한다. WTO는 미국에 분쟁 당사국에 허용되는 최대 이행 기간인 15개월을 줬다. 이 기한은 올해 12월 26일까지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국이 올해 안으로 관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지금까지도 상무부의 2013년 결정에 따라 한국산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9월 반덤핑 관세에 대한 2015~2016년 연례재심에서 LG전자는 무관세, 삼성전자는 82.3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LG전자는 이미 2015년 연례재심에서 미 상무부가 덤핑 마진을 다시 산정하면서 덤핑 마진이 1.52%로 낮아졌다. 덤핑 마진이 2%가 안 되면 반덤핑 조사를 종결하는 ‘미소마진’에 해당하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경우, ITC가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등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무부는 82.35%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삼성전자는 세탁기 생산공장을 해외로 이미 이전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실질적인 피해는 없다. 삼성전자는 한국에서 더 수출하지 않는 상황에서 ITC 조사에 응하는 데에 따르는 법적·회계적 비용을 소모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